아비투스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으로 ‘원하는 모습의 나’로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 인문서『아비투스』. 독일 최고의 컨설턴트인 저자는 20년 동안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부, 성공, 건강, 인맥, 지식 등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며 사는 엘리트들의 핵심 비밀을 알게 됐다. 그건 바로 최상층의 ‘아비투스(habitus)’를 갖는 것. 아비투스는 프랑스 철학자 부르디외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제2
1. 물고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
책을 읽으며 저자가 제시한 '7대 자본' 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 심리자본 (Psychological Capital): 회복탄력성, 낙관주의, 안정감.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단단한 내면의 힘
- 문화자본 (Cultural Capital): 예술, 음악, 문학 등 고급문화에 대한 안목과 취향. 세상을 이해하는 넓은 시야와 타인과 교류할 때 드러나는 세련된 감각
- 지식자본 (Knowledge Capital): 학위나 자격증을 넘어, 비판적 사고방식과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능력
- 경제자본 (Economic Capital): 소득, 자산, 재산 등 물질적인 부. 다른 자본들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 강력한 기반
- 신체자본 (Physical Capital): 외모, 체력, 건강, 그리고 몸에 밴 바른 자세와 여유로운 움직임
- 언어자본 (Linguistic Capital): 어휘력, 발음, 화법.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언어를 구사하고,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소통 능력
- 사회자본 (Social Capital): 인맥, 네트워크, 신뢰 관계. 누구와 어울리고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는지가 개인의 기회와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
상류층의 부가 그토록 견고하게 대물림되는 이유는 그들이 자식들에게 단순히 경제자본만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들은 은연중에 물고기를 잡는 법, 즉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취향, 인간관계라는 보이지 않는 자본을 체화시키도록 교육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심리자본' 의 중요성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눈에 보이는 경제자본보다, 실패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내면과 회복탄력성 같은 심리자본이 훨씬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무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떤 자본들을 가지고 있을까?"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은 어떤 자본으로 치환될 수 있는지, 나에게 부족한 자본은 무엇인지 스스로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게 만드는 훌륭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2. 그렇지만 지워지지 않는 거부감
하지만 책이 주는 깊은 통찰과 자기 성찰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을 찌르는 근본적인 거부감은 지울 수 없었다. 책 전반에 깔려 있는 뼛속 깊은 엘리트주의가 그 이유다.
축구를 보며 맥주를 마시는 사람과, 폴로 경기를 구경하며 와인을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우열이 있다고 은연중에 깔아두는 편협한 사고방식은 역겹기까지하다.
유튜브 쇼츠에서 종종 보이는 '영국 상류층 식사 예절' 을 볼 때면 우습기 짝이 없다. 식사 예절도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본질을 지킬 때나 의미가 있지, 그들만의 룰이 과해지면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촌극이 될 뿐이다. 진정한 품격은 오페라 공연에서 가면을 쓴 채 비싼 와인을 홀짝이며 우월감을 느끼는 데서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정한 품격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진정한 품격이란 '인류애' 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선한 곳에 사용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약한 생명들을 돌보기 위해 헌신하고, 자신이 가진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세상의 불편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실질적인 행동이야말로 진짜 고귀한 아비투스다.
자신이 쌓아 올린 자본을 남들과 나를 '구별 짓는 담장' 으로 쓰는 대신, 도움이 필요한 곳과 연결되는 '따뜻한 다리' 로 사용할 때 비로소 흉내 낼 수 없는 아비투스가 생겨난다.
3. 균형 잡힌 시선으로 읽어내기
물론 내가 상위 1%의 상류층이 아니라서 이러한 작가의 시선에 기분이 나쁜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진짜 상류층이 되면 이 책이 진리처럼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인간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오직 '성공과 계급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만 재단하는 저자의 시선에 동의하기 어렵다.